[주간경향] 지난 9월 2일 개막해 전국의 미술 애호가들을 들썩이게 했던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6일 막을 내렸다. 프리즈는 2003년 영국에서 시작된 아트페어로 아트 바젤, 피악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힌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판을 넓혀 프리즈 뉴욕(2012)과 프리즈 로스앤젤레스(2019)를 잇따라 열었다. 한국화랑협회는 2019년 10월부터 프리즈와 서울에서 미술 장터를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던 프리즈가 키아프의 손을 잡으면서 양측의 공동 협력 체제로 이번 아트페어 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로써 서울은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 이어 프리즈가 열린 세계 네 번째 도시가 됐다.
프리즈뿐만 아니라 한국화랑협회 차원에서도 이번 행사의 의미는 남다르다. 프리즈 서울이 사실상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 역할은 오랜 시간 홍콩이 맡아왔다. 홍콩은 가고시안, 리만머핀 등 세계 굴지의 대형 화랑이 거점을 두고 있고 아트 바젤의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최근 정치적인 문제로 홍콩 정세가 불안정해진 상황 속에서 프리즈 서울의 흥행 여부는 아시아 미술 허브 역할에 도전장을 내민 차세대 주자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척도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일본문화 개방 정책을 떠올리기도 한다. “개방의 과실을 따먹을 것이냐” vs “잡아먹히고 말 것이냐” 사이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당시의 우려와 충격과 유사한 논쟁이 미술계를 중심으로 꽤 오랫동안 있어왔다.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국 미술이 세계로 뻗어가는 기폭제가 될 것이냐” vs “겨우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한국 미술 시장의 과실을 글로벌 화랑이 다 가져가버릴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 화랑일수록 외국계 화랑의 약진을 바라보는 심사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화랑과의 경쟁도 벅찬데 이름만 들어도 주눅 들게 하는 글로벌 화랑과 해외 예술거장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맞닥뜨려야 한다는 모종의 두려움은 이번 행사를 통해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